1.29. 데이터 규제 이슈와 개선 방향
① 이슈
※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크게 병원에서 수집되는 의료정보, 유전자정보 및 심박수, 걸음 수 등 개인의 일상생활을 데이터화하는 라이프로그(Life-log) 정보로 구성됩니다.
※ 먼저 의료정보는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 시스템을 통해 이미 축적되고 있습니다.
※ 유전자정보는 검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데이터 수집 여건이 개선되어 많은 양의 데이터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마지막으로 라이프로그 데이터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가 발전하면서 더욱 정확하고 손쉽게 측정할 수 있게 되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확보될 것입니다.
◯ 국내 데이터 활용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 첫째,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사전 동의 규제입니다.
※ 의료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아래 보호되는데,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 없는 수집, 활용 및 제3자 제공이 금지되어 있어 빅데이터 활용이 크게 제한됩니다.
※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은 기존 EMR 데이터를 수집한 목적과 다르기 때문에, 빅데이터에 포함된 모든 개인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즉, 수천 명, 수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사전 동의 규제는 빅데이터 활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한계점을 인지하고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 둘째, 우리나라는 헬스케어 데이터 간 연결 및 통합이 미흡합니다.
※ EMR 간 연계의 경우, 국내 의료기관의 EMR 구축률은 90%대로 높지만 의료기관 간 의료정보 교류율은1%에 불과합니다. 반면 미국은 EMR 구축률이 80%에 불과하지만 의료정보 교류율이 약 40%(2015년 기준)에 육박합니다.
※ EMR과 라이프로그 데이터의 연계 또한 어려운 상황입니다. EMR 데이터를 연계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형태의 EMR이 필수적이지만, 현 의료법은 의무기록 사본을 발급해야 한다고 명시할 뿐, 전자화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 법에 명시한 항목들만 가능한 열거주의식 법제 체계이다 보니 의료기관들도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CD, 종이 등 오프라인 매체로만 발급하는 상황입니다.
② 개선 방향 → 비식별화 규제 명확화
◯ 의료데이터는 민감한 정보인 만큼 철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의료정보의 정의에 개인 식별이 가능한 항목을 명시하고, 비식별화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법제화할 필요가 있음. 이러한 선결 조건을 마련한 뒤에는 비식별화 정보의 활용 범위를 규정할 수 있습니다.
◯ 의료정보 기반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비식별화 규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비식별화된 의료데이터는 AI 진단 보조 프로그램, 환자 예후 예측 프로그램, 신약개발 등에 활용하여 국민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길리어드(Gillead)는 임상시험 전문 기업 메디데이터(Medidata)의 임상 데이터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임상기간을 6~7년 단축한 바 있습니다.
◯ 또한, 임상3상 때 참여자 1인당 비용을 49% 줄여 총 개발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더 저렴한 가격의 약을 구매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해야 합니다.
◯ 비식별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의료 데이터 거래라는 새로운 시장 또한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의료데이터 거래 시장은 미국에서 이미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2014년 설립된 미국 의료데이터 교류 플랫폼인 헬스베리티(HealthVerity)는 3억 명의 비식별화 의료데이터 거래를 중개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세계 최대 제약회사 10개 사 중 8개 사가 사용할 정도로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1.30. 원격의료 규제 이슈와 개선 방향
① 이슈
◯ 일반적으로 ‘원격의료’라 하면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의사에게 화상으로 받는 진료를 의미하지만, 원격의료는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의료인과의 직접 대면 없이 이루어지는 모든 의료행위를 의미합니다.
◯ 세부적으로는 통상적인 정의에 따라
1) 의료인 간 의료행위를 지원하는 원격협진
2) 의사와 환자의 비대면 진료인 원격진료
3)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함으로써 환자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원격모니터링
4) 의약품을 조제하고 배송하는 원격조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누적 투자액 기준 100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39개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산업의 유망성을 방증합니다. 이처럼 원격의료가 성장하는 이유는 의료 접근성, 의료비 재정 부담 등 전 세계가 당면한 의료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기 때문입니다.
◯ 현재 국내에서는 원격의료를 의료인 간 원격협진에 한해서만 허용. 정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확대하기 위해 세 차례 의료법 개정을 시도했으며, 지난 2000년 강원도에서 첫 원격의료 시범사업 후 지금까지 수차례의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습니다. 특히 2014년부터 세 차례 시행한 시범사업에서는 복약순응, 혈당관리 등 전반적인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가 증가했고, 오진, 부작용 등 임상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술 및 임상 안전성과 의료 영리화에 대한 우려로, 의사-환자 원격의료는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 2015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의뢰한 유권해석에 따르면, 원격모니터링의 세부 내용이 의료행위가 아니라면 원격모니터링은 의료법을 저촉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모니터링을 허용하는 것이 원격의료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의 반대여론으로 인해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정맥 환자에게 이식하는 삽입형 제세동기는 환자의 심장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다가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의료진과 환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이 기능은 해외에서 효과를 인정받아 수가를 적용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에 해당하여 모니터링 기능을 차단한 채 사용해야 합니다.
② 개선 방향 → 원격의료 허용 범위 점진적 확대
◯ 2018년 9월 여야 3당은 도서벽지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네 가지 유형의 지역에 한하여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의 장점을 보다 적극 활용하고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중심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제한하지 않도록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은 인구 대비 병상 수와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중심 의료를 위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습니다. 1997년은 일본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법제화한 첫해로, 재택환자 중 당뇨, 암, 뇌혈관장애 등 총 9개의 질환과 낙도 등 제한적인 상황에 한정합니다. 이후 세 번의 고시 제정을 거쳐 2015년에는 원격진료를 전면 확대하였고, 최근에는 원격진료와 원격조제에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등 원격의료를 확산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원격의료의 대상, 방법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습니다.
◯ 우리나라도 원격의료 확대를 위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만성질환자 등 상태가 안정된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을 우선 허용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원격의료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원격의료를 둘러싼 쟁점을 해결하고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업기간이 6개월~1년 정도로 짧아 의료계로부터 평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다음 시범사업은 기술·임상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규모와 충분한 기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 더불어, 원격의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대학병원 쏠림 현상’과 같은 사회적 쟁점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규제와 가이드라인 또한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원격의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원격의료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가이드라인은 초진 및 급성기 환자의 대면진료 우선원칙, 정기적인 대면진찰, 위급상황에 대비한 치료계획 마련 등 원격진료 시 지켜야 할 주요 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학병원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1차병원과 33차 병원의 원격의료 허용범위를 구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 감기 등 경증질환 관리는 의원급 의료기관만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3차병원은 수술 등 급성기 환자 처치 후 퇴원환자의 경과 확인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1.31. DTC 유전자항목 규제 이슈와 개선 방향
① 이슈
◯ 의료 패러다임은 질병의 진단·치료에서 예방·관리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유전자정보. 유전자정보를 분석하여 태생적으로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질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 고위험 유전자(BRCA1,2) 변이를 확인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 유전자정보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검사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수집 환경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또한, DTC 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접근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개인이 손쉽게 유전자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수집 환경과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유전자정보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00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가장 높은 투자액을 받은 스타트업이 헬릭스(Helix)라는 DTC 유전자검사 기업일 정도로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높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DTC 유전자검사를 허용하였습니다. 하지만 검사 가능 항목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하여 탈모, 체질량 지수 등 질병과 연관성이 낮은 12개의 웰니스 항목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도 46개로 한정하여 매우 제한적인 서비스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정작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질병 관련 항목의 검사가 제한되어, 국내 DTC 유전자검사는 소비자의 큰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 유전체기업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누적 DTC 유전자검사 수행 건수는 1,000건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DTC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애초에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거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한 DTC 스타트업은 타액으로 4,000여 개의 희귀질환을 한 번에 진단하는 상품을 개발했지만 미국에 먼저 진출하였습니다.
◯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으로 지적되었던 DTC 유전자검사 제도 개선을 위해 2018년 상반기 DTC 협의체와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였습니다. 개선안에는 검사기관 인증제를 도입하여 기관 등급에 따라 웰니스 항목부터 중대질병을 포함한 질병 예방 항목을 차등 허용하는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개선안을 폐지. 이에 따라 DTC 유전자검사의 규제완화는 또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② 개선 방향 →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확대
◯ DTC 유전자검사가 질병예방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DTC 유전자검사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검사 허용 항목을 확대해야 합니다.
◯ 가장 먼저, 개인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웰니스 관련 항목은 ‘네거티브 규제’48를 도입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는 열성유전자질환 및 질병위험도 유전자검사 항목의 확대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합니다.
◯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13년부터 DTC 유전자검사 항목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고 소비자의 안전과 검사의 정확성을 위해 고심해 왔습니다.
◯ FDA는 2013년 유전자검사 기업 23앤미(23andMe)의 서비스 중 웰니스 외 모든 항목을 금지하였으나, 2015년부터 열성유전질환 보인자, 질병위험도 예측 유전자 및 암 위험 유전자(BRCA1,2)로 허용 항목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FDA는 DTC 유전자검사 규제를 완화하였고, 2017년에는 모든 열성유전질환에 대한 DTC 유전자검사를 시판 전 심사(Pre-market review) 과정 없이 판매하도록 허용하였습니다. 2018년에는 FDA로부터 질병위험도 예측 유전자검사 항목을 승인받은 기관은 추후 새로운 유전자 항목을 추가하더라도 시판 전 승인과정 없이 판매가 가능하도록 기관 단위의 심사방법을 도입하였습니다.
◯ 우리나라도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유전질환 및 질병 예측성 검사 결과는 의학적 예방 조치와 같은 물리적 건강 및 심리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따라서 검사항목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기보다는, 과학적으로 유전자와 질병 발병의 연계성이 증명된 항목부터 허용해야 합니다.
◯ 또한, 미국과 유사하게 검사의 정확성, 의학적 타당성 등을 검증받은 기관에 한해 질병 관련 검사를 허용하는 ‘기관단위 심사’와 같은 제도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이외에도 보험 가입 거절, 채용 상 불이익 등 유전자정보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유전자 차별 금지에 대한 규정을 사전에 구체화해야 합니다.